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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없이 혈당 잰다' 8조 시장 겨눈 K-반도체 전문가의 신병기

2022-11-22조회 1089

당뇨 환자의 평생 숙제 '혈당 측정'. 현재까지 혈당 측정을 위해서는 피를 뽑아 수치를 알아보거나 가느다란 바늘이 포함된 패치를 피부에 붙이는 방식이 사용됐다. 건강을 위해서라지만 아프고 불편한 일들이다.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혈당 측정'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이같은 질문에 헬스케어 업계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답을 찾고 있다. 애플,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들도 저마다의 접근 방식으로 혈당 측정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강윤호 대표(54·사진)가 창업한 스타트업 에이치엠이스퀘어도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빛을 흡수한 물질이 열팽창을 통해 소리파동을 만들어내는 '광음향 효과(photoacoustic effect)'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스마트밴드 하단에 레이저와 초음파센서를 부착해 초음파 반응을 분석하고 혈당을 측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저·초음파 센서로 혈당 측정…"정확·편리하고 가격은 3분의1"

에이치엠이스퀘어의 실험 결과. 가로축은 실제 혈당수치, 세로축은 측정된 혈당 수치

 

사실 광음향 기술로 혈당을 측정하려는 시도는 20여년 전부터 있었다. 이론을 뒷받침할 연구결과나 논문도 충분하다. 다만 문제는 외부요인이다. 실제 상황에서 광음향 반응을 측정하면 혈당 외 다른 생체반응이나 외부 노이즈 등으로 결과가 왜곡돼서다. 해당 기술이 실험실 밖으로만 나오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다.


강 대표는 광음향을 활용하되 측정 방식을 바꿔 문제 해결에 나섰다. 강 대표는 "광음향으로 혈당 수치 데이터만 찾아내려다 보니 다양한 변수들을 분석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혈당신호를 포함한 다양한 아웃풋 정보들을 일단 모두 수집하되 생체신호의 규칙성을 더해 교정하고 혈당 수치를 찾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접근은 일단 성공적이다. 쥐를 활용한 실생활 예비테스트에서 실제 혈당과 측정치 간 오차(MARD)는 7%를 기록했다. 통상 MARD는 10% 이내에 들어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채혈의 MARD는 4%, 패치형 연속혈당측정기의 MARD는 8% 수준이다. 에이치엠이스퀘어는 내년 초 국내에서, 내년 말에는 FDA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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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평가도 긍정적이다. 포스텍홀딩스는 2억원의 시드자금을 투자했다. 정부도 에이치엠이스퀘어를 빅3 혁신분야 창업패키지 기업으로 선정하고 6억원의 사업화자금과 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를 통한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강 대표는 "광음향 센서로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면 패치형 연속혈당측정기보다 비용이 3분의 1정도로 저렴하고 바늘이나 패치로 인한 피부질환 등을 줄일 수 있어 시장성이 있다"며 "글로벌 60억달러(8조원)의 패치형 연속혈당측정기 시장을 대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30년 경력 반도체 전문가…"광음향 측정, 접근방식 바꿨다"

강 대표가 실패를 거듭해온 광음향 방식 혈당 측정에서 성공 가능성을 보인 것은 그의 경력 때문이다. 강 대표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로랜스버클리 국립연구소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삼성디스플레이를 거친 반도체·나노소재 분야 센서나 측정 전문가다. 관련분야 종사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강 대표는 "반도체 공정이나 나노소재 분야에서 측정을 전문으로 해온 만큼 창업할 때 센서·측정 기술을 활용하려고 했다"며 "광음향을 활용한 혈당 측정을 접하고 공부해보니 이 분야는 '측정 방식'부터 바꿔야하겠다고 생각해 다른 접근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분야는 기존 의료·헬스케어 전문가보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에이치엠이스퀘어는 광음향 기술을 더 발전시킨면 혈당 뿐 아니라 건강검진 중 혈액검사로 알 수 있는 체내 다양한 물질들을 검사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기술로 측정방식만 바꾸면 콜레스테롤, 혈청총단백, 크레아티닌 등 물질들도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이왕 센서·측정 기술로 창업을 한 거라면, 사람과 사회에 좀 더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혈당 뿐 아니라 다양한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 당뇨병 환자 뿐 아닌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건강관리 기술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강윤호 에이치엠이스퀘어 대표 /사진=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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